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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교육 2016년 1, 2월호 (이경애 박사) 2016.01.07

 

안녕하세요.

 

「신앙과 교육」(2016년 1, 2월호) 에 실리는 이경애 박사의 글을 올립니다.

 

청소년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안전감을 훔치는 아이들>

 상담과 목회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을 보면 세월에 따라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의 양상도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학업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가정불화와 같은 환경적 문제로 야기된 우울과 같은 문제는 물론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심각하게 급증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폭력과 절도와 같은 청소년 비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학교안팎에서 발생하는 폭력, 절도와 같은 청소년 비행은 개인내적인 심리적 갈등에서 비롯된 우울이나 불안보다 행동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영향력도 크고 통제가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반복되는 비행으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 학교에서는 해당 청소년을 돌볼 의욕을 점차 상실하게 되며, 그러한 소외 경험이 비행 청소년으로 하여금 다시 비행을 저지르게끔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상담하다보면 폭력과 같은 파괴성을 보이는 아이와 훔치는 것과 같은 무엇을 ‘소유’하려는 비행의 문제는 그 내면이 다른 것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 폭력이 무엇인가를 부수고, 파괴하고 망침으로써 자신의 공격성을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한다면, 무엇인가 훔치고, 소유하고, 보유하려는 행위는 얻어내고자 하는 몸부림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A양은 반복되는 훔치기로 상담에 의뢰되었다. A양은 학교 내에서 친구의 좋은 학용품이나 지갑의 현금과 같은 것에 수시로 손을 댔다. A양의 비행을 본 친구가 담임교사에게 이야기를 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그는 순순히 자신의 행동을 시인했고, 피해자에게 사죄했으며, 교사에게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상습적인 비행이 아니고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자 담임교사도 아이를 믿었고 문제는 그렇게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A양의 행동은 더욱 대범해져서 학교 안에서 뿐 아니라, 학교 밖 편의점등에서 물건을 훔치는 경우가 점점 비일비재해졌다.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담임교사는 심리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상담실에 의뢰하였다. 아이를 만나보니 그 가정의 상황이 매우 어려웠다. 알코올중독의 아버지와 하루 종일 일하느라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는 어머니, 즉 A양을 돌볼 양육자가 부재했던 것이다. 짜증과 비난의 말투로 일관하는 언니뿐인 가정환경 속에서 A양은 마음을 잡기 어려웠고 무엇인가 얻고, 갖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로 훔치기의 행동은 반복되었던 것이다. 아이의 어머니를 상담하고자 했으나 어머니는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였고, 아버지는 대화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건강한 울타리가 부재된 가정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는 허전함으로, 자신의 안전감을 위해서는 뭔가를 채우고 싶었고 채워야만 했던 것이다.

 위니컷(D.W,Winnicott)은 훔치기를 반복하는 아이의 경우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생애 초기에 부모로부터 건강한 사랑과 양육을 받은 아이가 청소년 시기에 훔치기 등의 행위를 보일 때와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한 아이에게 돌봄의 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와 같이 사랑을 받은 아이가 청소년 시기에 보이는 훔치기 비행은 생애 초기 주 양육자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다시 회복하고 싶은 충동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다시금 양육자가 따뜻한 돌봄을 제공한다면 이러한 비행의 증상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마 많은 교회 교사들은 이러한 이해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기에 힘쓰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A양과 같이 사랑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이다. 위니컷은 이 경우의 청소년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 좀 더 구조화되고 체계적인 양육, 이를테면 옳고 그름에 대한 교육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가 훨씬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발달 초기 부모로부터 건강한 교육도 사랑도 받지 못해 삶에 대한 규율이 형성되지 못한 아이들의 비행 문제에 대해서는, 건강한 성인들의 엄격한 대처가 건강한 양육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엄격한 제도적인 양육이 제공될 때 아이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건강한 틀, 구조 속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A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뼈아프게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고 이를 위해 상담교사와의 상담, 그리고 학교 청소의 벌점, 반성문을 쓰는 등의 규제가 내려졌던 것이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사역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갈등을 겪고 있음을 보게 된다. 교회에서 훔치기와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양육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대개의 교사들은 무조건적 수용, 공감의 중요성을 잘못 오해하여 어떠한 비행도 눈감아주고, 참아주고, 믿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문제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러므로 청소년이 비행을 보일 때는 반드시 탐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아이의 양육자와의 관계나 환경이 적절하게 제공되어 있는 경우라면 좀 더 따뜻한 사랑으로 증상의 제거, 즉 치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아이를 위한 다각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초기 환경이나 현재 양육자와의 관계가 황폐하다면 교사는 안전하고 지혜로운 교사가 되어 삶의 바른 길,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훈육이 청소년으로 하여금 자신에게도 건강한 울타리가 존재하고 있음에 대한 안도감을 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안도감이 심리적 불안을 감소시키고 결국 훔치기의 증상도 경감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사랑도 중요하고, 상담도 중요하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 건강하고 구조화된 훈육은 더욱 중요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 아니 다듬어져가고 있는 우리 청소년 아이들에게 교육은 아름다운 잣대, 아름다운 틀, 아름다운 구조의 안전감을 제공할 것이다. 교회 교사들이 좀 더 건강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좀 더 지식에 준비되어 다음 세대 주역들인 청소년들을 힘있게 양육하기를 기대한다.

 

● 연간 게재될 글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도벽

2. 폭력

3. 우울

4. 왕따

5. 소명(직업)

6. 희망(청소년의 발달단계에 맞는 신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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